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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거결제법문] 도를 배우려거든 우선 무소유를 먼저 배워라
    현시대 스님들 가르침 2026. 4. 13. 20:51

     

    學道先須且學貧 학도선수차학빈 이여

    學貧貧後道方親 학빈빈후도방친 이리라

    一朝體得成貧道 일조체득성빈도 하면

    道用還如貧底人 도용환여빈저인 하리라

     

    도를 배우려거든 우선 빈도를 배우라.

    빈도를 배운 뒤라야 도와 친해지리라.

    어느 날 빈도를 체득하기만 한다면

    무한거부처럼 도를 쓰게 되리라.

     

    빈도란 무소유를 말하며 진리에 눈뜬 참 부자를 뜻합니다.

    수행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얼 만큼 철저해야 빈도란 말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수행은 춥고 배고파야 도심이 생겨난다고 옛 부터 말합니다.

    주린 창자가 끊어질 듯해도 먹을 생각하지 말고 무릎이 아무리 시려도 불 쬘 생각조차 하지 말라 했습니다.

    지금 우리 생활은 너무나 풍요로움 속에 젖어 있습니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릅니다.

    아귀 같은 중생심을 들어주다보면 끝내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초심의 용기로 단호히 끊어내야 합니다.

    편한 것을 마다하고 불편함을 택하기는 어렵지만 애초에 그것을 감당하리라는 정신으로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성인 가신 때가 멀수록 정법은 흐려지고 도심은 미약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굳건한 신심으로 다져진 사부대중이 모였습니다.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고 그쳐야 할 때 반드시 그칠 수 있는 의지를 지닌 수행자들입니다.

    대정진심으로 밀고 나아가 무명의 산 정상에서 빛나는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거친 생사의 바다를 건네주는 훌륭한 선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히 정해졌습니다.

    사상의 산이 수미산보다 높다 해도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권력과 물질이 우선인 현실이라지만 그것도 이미 돌아볼 대상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게 된 것은 당당하게 걸어야 할 길로 나아가지 못한 우리 각자의 책임입니다.

    정작 자신은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절실하게 눈 밝은 선지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활활 타오르는 생사의 불길 속에서 시들지 않는 연꽃이 피어나게 해야 합니다.

    화중생련(火中生蓮)이라는 이 말을 더 이상 다른 이의 몫으로 돌려서도 안 됩니다.

    자신의 일을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습니까?

    세상 어느 곳에도 그런 법은 없습니다.

    이 공부는 밖으로 치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근본을 들여다보는 공부입니다.

    먼 길 떠났던 나그네의 간절한 바람은 자신을 맞아줄 편안한 집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마음 고향을 찾아 가는 수행자는 자신이 서있는 곳을 잘 살펴 곧바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이 뭣고든 무(無)자든 그 놈과 한바탕 혹독한 전쟁을 치룰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리수 아래서 깨닫기 전에는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는 불타의 용맹심을 본받아야 합니다.

    흔히 무문관(無門關)에 들어간다 말합니다.

    문을 꼭 걸어 잠그고 들어앉는 것이 아니라 물러남 없는 마음으로 무문관을 삼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법석이 여느 때와 같아서는 안 됩니다.

    오직 한 번의 결재에 한 번의 해제를 위한 거룩한 자리,

    시주의 무거운 은혜를 갚고 스승의 가르침에 보답하는 모임이어야 합니다.

    목숨을 갈아먹는 무상한 시간은 한시도 멈춰 서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가 금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徧界唯一門 변계유일문 이어늘

    汝何不入來 여하불입래 오

    參透趙州無 참투조주무 라사

    方始鎖自開 방시쇄자개 리라.

     

    온 법계가 오직 한 문이거늘

    그대는 어찌 들어오지 못하는가?

    조주의 무자를 참구해 뚫어야만

    비로소 자물쇠가 저절로 열리리라.

     

                                                   -통도사 방장 원명스님 동안거 결제법어(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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