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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입도요문론 강설(19)돈오입도요문론 2026. 1. 5. 21:46
[돈오,깨달음에 이르는 길]
<19> 생멸 없는 지혜로운 마음(無生心)
좋고 나쁜 생각 자체가 조금도 없다면?
조용히 집착 없는 마음 챙기면
어떤 망념도 일어나지 않으니
좋거나 나쁘다는 생각 자체가
일어나거나 사라질 것이 없어 [
아름다운 부처님의 삶을 본보기로 삼아 그 모습대로 살아가면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속에 늘 행복이 넘칩니다. 이 고요한 마음만 지닌다면 세상살이 온갖 희로애락, 생로병사 그 어디에도 걸림 없는 자유로운 삶이 주어지니, 시시때때로 일어나고 사라지면서 갖가지 번뇌를 일으키는, 생멸하는 마음이 없습니다(無生心). 이 ‘생멸이 없는 마음’에 대해 대주스님은 12장에서 말합니다.
[본문]
문 : 깨끗한 마음일 때, 깨끗한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까?
답 : 깨끗한 마음일 때 ‘깨끗한 마음에 머문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면 ‘깨끗한 마음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문 : 마음이 공(空)일 때, 공(空)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까?
답 : ‘공’이라는 생각을 낸다면 ‘공’에 집착하는 것이다.
문 : ‘머물 곳이 없는 데’에 마음이 머물 때, ‘머물 곳이 없는 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까?
답 : 오로지 공이어서 실체가 없다는 생각을 내면 집착할 곳이 없다. 그대가 만약 ‘머물 곳이 없는 마음’을 분명히 알고자 한다면 단정히 앉아 있을 때, 오직 그 마음만 알 뿐이다. 어느 것도 생각하지 말고, 좋고 나쁘다는 생각 자체가 조금도 없어야 한다.
<강설>
부처님께서는 집착이 있는 것은 모두 망념이요 헛된 생각이라고 늘 강조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이든 공(空)이든 간에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이 집착으로 말미암아 자유로운 삶을 옭아매는 번뇌가 일어납니다. 집착이 없다면 어디에도 매달려 머물려는 마음이 없고, 어디에도 그 마음이 머물지 않으니 마음이 자유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어떤 경계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까닭은, 보이는 경계의 실상이 모두 허상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경계가 실체 없는 허상인 줄 분명히 알면 그 허상에 집착할 이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모든 경계가 오로지 공(空)이어서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 그 무엇에 집착을 하겠습니까?
본문에 나오는 ‘머물 곳이 없는 마음’은 집착이 없는 마음을 말합니다. 조용히 앉아 집착이 없는 마음만 챙기면 어떤 망념도 일어나지 않으니 좋거나 나쁘다는 생각 자체가 일어나거나 사라질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이것이 생멸이 없는 마음인 무생심(無生心)입니다.
<육조단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육조스님(638~713)이 오조 홍인스님한테 행자생활을 하다 법을 인가 받고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대유령에 도착했을 때, 우락부락한 혜명스님이 전법의 표시로 받은 가사와 발우를 빼앗으려고 육조스님 뒤를 쫓아 왔습니다. 이 사실을 안 육조스님은 가사와 발우를 바위 위에 올려놓고는 ‘이것은 법을 상징하는 것인데 어찌 사람의 힘으로 빼앗을 수 있는 물건이겠는가?’라고 생각하며 수풀 속에 몸을 감추었습니다.
혜명은 달려와 이것을 찾아 들고 가려 하였지만 가사와 발우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기이한 일에 깜짝 놀란 혜명스님은 두려운 목소리로 “행자시여, 저는 법을 위하여 왔지 의발을 뺏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숲속에서 나온 육조스님에게 혜명스님은 “행자시여,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법을 설해 주시옵소서”라고 말하였습니다. 육조스님이 “그대가 법을 위하여 이 자리에 왔다면 온갖 반연을 쉬고 한 생각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법을 설하리라.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좋은 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쁜 것도 생각하지 말라. 바로 이럴 때 어느 것이 그대의 본래면목인고?” 혜명은 이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깨달았습니다. 좋은 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쁜 것도 생각하지 않아, 좋거나 나쁘다는 생각 자체가 조금도 없는 마음이 ‘생멸이 없는 마음’으로서 우리의 본래면목이 드러나는 곳입니다.
-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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